선의 인플레이션에 대해

요즘 AI 분야에서 이상한 문화가 퍼지고 있습니다.

자기 노하우를 통째로 공개합니다.

프롬프트도, 워크플로우도, 심지어 실패한 과정까지.

“출처 안 밝혀도 됩니다”라고 말하면서요.

솔직히 ‘그렇게까지 하는 분위기라고..?’라는 생각 많이 했습니다.

사실 좀 삐딱하게 바라보면, 그냥 ‘호구 되라는거 아냐?’ 는 느낌이 드는게 사실이니까요.

동시에 정반대의 흐름도 있습니다.

드라마나 웹툰을 보면 관객이 점점 날카로워지고 있습니다.

착하기만 한 주인공에게 짜증을 냅니다.

“왜 저런 애를 구함?”, “주인공 호구임?”

무조건적인 선의에 피로감을 느끼는 겁니다.

좀 모순적이죠?

그럼 의문이 떠오르죠.

같은 시대인데 왜 이렇게 반대로 움직일까요?

사실 둘 다 정확히 같은 말을 하고 있습니다.

> 선의는 구조가 있을 때만 작동한다.는 겁니다.

AI 분야에선 왜 저렇게까지 퍼주는걸까?

AI 개발자들이 착해서 노하우를 공짜로 퍼주는건 아닙니다.

돌아오는 게 있기 때문입니다.

내 방식을 공개하면 → 사람들이 따라 합니다 → 그게 업계 표준이 됩니다 → 표준을 만든 사람이 시장 리더가 됩니다.

내 실패 과정을 공개하면 → 신뢰가 쌓입니다 → 신뢰가 쌓인 사람에게 일이 들어옵니다.

누군가 내 것을 가져가 발전시키면 → 내 노하우가 무료로 업그레이드됩니다.

이걸 오픈소스 문화라 부르기도 합니다.

소스코드를 열어두면 전 세계 개발자가 함께 고쳐줍니다.

주는 것 같지만 사실 받는 구조입니다.

누군가는 이걸 슈퍼샘플이라고 부르던데요.

단순히 결과물 일부를 보여주는 샘플이 아닙니다.

만드는 과정, 실패, 고민까지 통째로 공개해서 타인이 그걸 발전시킬 수 있게 하는 것입니다.

핵심은 회수 구조가 설계되어 있다는 점입니다. 줄수록 돌아오는 루프가 있습니다.

대중 정서가 바뀌고 있다

요즘 사람들이 원하는 인간상이 있습니다.

  • 이용당하면 안 됨
  • 무능하면 안 됨
  • 내 편을 못 지키면 안 됨
  • 무임승차자를 끊어낼 줄 알아야 함
  • 룰을 복구할 힘이 있어야 함

구해줬는데 뒤통수를 맞습니다.

희생했는데 감사가 없습니다.

룰이 망가져도 아무도 고치지 않습니다.

돌아오는 게 없는 선의입니다.

너무 오래 “참아라”, “이해해라”, “네가 어른스럽게 넘어가라”는 말을 들어온 사람들이 현실에서 실제로 손해를 봤습니다.

그 경험이 갈등에 대응하는 방식을 바꾼 겁니다.

자기 사람은 끝까지 지키되, 아무나 구하지 않는 사람. 착하지만 호구는 아닌 사람.

회수 구조 없는 선의는 착취당하지 않도록 조심해야 하는거죠.

전문가로서의 선의 인플레이션

변호사, 세무사, 노무사, 컨설턴트. 전문직 마케팅에서 가장 쉽게 만들 수 있는 콘텐츠가 있습니다.

“이럴 땐 이렇게 하세요.”

“모르면 손해 보는 세금 꿀팁.”

“직장인이 꼭 알아야 할 노동법 5가지.”

정보를 주는 콘텐츠입니다.

문제는 여기에 회수 구조가 없다는 겁니다.

사람들은 정보를 가져갑니다.

저장해두고 끝입니다. “이 사람한테 돈 낼 이유”가 생기지 않습니다.

오히려 공짜로 해결했으니 굳이 찾아올 필요가 없어집니다.

콘텐츠를 더 많이 만들수록 선의의 단가는 떨어집니다.

더 좋은 꿀팁을 줄수록 “이 사람은 이렇게 공짜로 주는 사람”이라는 인식이 굳어집니다.

착한 주인공 함정에 빠진 겁니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요?

이젠 의사결정을 판매해야 합니다.

“이럴 땐 이렇게 하세요”가 정보라면,

“저는 이 상황에서 처음에 A로 판단했는데 틀렸습니다. 이유는 이렇습니다”가 판단입니다.

판단을 보여주면 사람들은 정보를 저장하는 게 아니라 사람을 팔로우합니다.

“이 사람이 어떻게 생각하는지 계속 보고 싶다”는 감각이 생깁니다.

그리고 결정적인 순간이 오면 찾아옵니다. “이 사람한테 물어봐야겠다”고.

이게 회수 루프입니다.

구체적으로 어떤 콘텐츠냐면:

– “같은 질문인데 상황에 따라 저는 다르게 답합니다. 그 기준은 이렇습니다.”

– “원론적으론 이렇게 해결하라고 얘기를 하지만, 현실에서 안 되는 이유가 있습니다.”

– “이 케이스를 처음 봤을 때 틀렸습니다. 뭘 놓쳤는지 공유합니다.”

실패와 고민이 포함된 콘텐츠입니다. 완결된 정답이 아니라 살아있는 판단 과정을 보여주는게 더 먹히고 있는거죠.

AI에 더 노출도 잘 될 것이구요.

AI 시대에 선의 자체는 인플레이션이 옵니다.

모두가 노하우를 공개하면 노하우 공개가 평범해집니다.

모두가 꿀팁을 주면꿀팁의 가치는 떨어집니다.

도움받는 사람만 이득이고, 주는 사람은 소진됩니다.

그래서 선의를 더 잘 주는 것이 답이 아닙니다.

선의가 나에게도 이득이 되는 구조를 먼저 설계하고, 그 다음에 주는 것이 답입니다.

순서가 바뀌면 전략이 됩니다.

순서가 그대로면 착취당합니다.

선의는 화폐입니다. 유통 구조 없이 뿌리면 가치를 잃습니다.

주어진 선의라는 화폐를 어떻게 똑똑하게 나눠주고 회수할 것인지를 고민하는게

앞으로의 전문직 브랜딩 과제가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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